트럼프 하 미국–중국 관계의 세 가지 잠재적 경로
- 등록일
2026-02-26
“트럼프 하 미국–중국 관계의 세 가지 잠재적 경로”
“Three potential pathways for US-China relations under Tr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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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Ryan Ha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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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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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6년 1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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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 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이 변화가 향후 미·중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저자는 트럼프가 지난 10여 년간 미국 외교의 핵심 기조였던 ‘이념적 경쟁’이나 ‘강대국 경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무역과 기술 중심의 경쟁으로 초점을 이동시켰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변화는 2025년 10월 부산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미·중 무역전쟁 1년 휴전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트럼프는 시진핑 주석에 대해 존중의 언어를 사용하며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고 있고, 양국 관계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세 가지 경로 중 어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첫째는 관계의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소프트 랜딩’, 둘째는 다시 강경 대립으로 치닫는 ‘하드 스플릿’, 셋째는 근본적 개선 없이 긴장을 관리하면서 서로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는 ‘시간 벌기와 완충(절연) 구축’이다. 저자는 이 가운데 세 번째 시나리오를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로 제시한다.
트럼프는 2025년 초 재집권 당시만 해도 1기 행정부 시절의 강경 노선을 재현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실제로 그는 관세를 최고 140%까지 인상하며 대중 압박을 재개했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과 미국의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자, 2025년 하반기부터 방향을 전환해 시진핑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G2’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관계 안정화를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인권, 신장, 티베트, 홍콩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고, 대만 문제에서도 중국의 민감성을 고려하는 발언을 늘렸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역시 더 이상 절대적 안보 원칙이 아니라, 협상 카드로 활용되는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러한 접근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다만, 트럼프가 기존 미국의 대중 전략과 결별했다는 점에는 비교적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인 소프트 랜딩은 트럼프와 시진핑이 관계 개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정상 간 정례 소통과 공동 의제 설정을 통해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경우다. 양국은 평화적 공존 또는 관리된 경쟁이라는 새로운 서사를 채택하고, 무역·투자 장벽을 낮추며, 중국은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와 희토류 수출 제한 해제를, 미국은 반도체와 첨단기술 수출통제 완화를 제공한다. 대만 문제에서는 미국이 독립 반대를 강조하고 중국은 군사 활동을 완화하는 식의 상호 자제가 뒤따른다. 이 시나리오는 지도자 차원의 강한 정치적 의지와 상호 ‘비용이 따르는 신호’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 난이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인 하드 스플릿은 중국이 트럼프의 핵심 요구(무역 불균형 축소, 펜타닐 통제, 시장 개방 등)에 의미 있는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가 다시 중국을 전략적 적으로 규정하고 압박을 대폭 강화하는 경우다. 이때 미국은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가속하고, 동맹국들에도 중국과의 기술·무역 관계 축소를 요구하며, 수출통제와 제재를 크게 확대한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인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서사를 앞세워 국내 여론을 결집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지도부 인선에서 1기 시절 강경파 인사들이 복귀할 경우, 하드 스플릿 경로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양국이 현재의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서로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경로다. 미국은 희토류, 배터리, 의약품 원료, 핵심 광물 등에서 중국 의존을 줄이기 위해 국내 투자와 동맹국 협력을 강화한다. 중국은 반도체, AI, 양자, 바이오, 6G 등 핵심 기술에서 자립을 가속한다. 양국 모두 상대방의 핵심 취약점을 당장 공격하지 않으며, 공개적으로는 비갈등적 공존을 강조하지만, 장기적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경쟁의 핵심 지표는 누가 더 빠르게 상호 의존을 줄이는가에 놓인다.
저자는 현재 추세가 이 세 번째 시나리오와 가장 부합한다고 본다. 이는 관계 개선이나 화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당분간의 긴장 관리와 전략적 유예를 뜻한다. 다만 이 경로 역시 외생적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대만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의 군사적 사고, 또는 제3국에서의 영향력 경쟁이 급격한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집권 하의 미·중 관계는 구조적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분간은 충돌을 피하면서 서로의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경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나 관계가 직선적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예기치 못한 사건에 따라 급격히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찰과 재평가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