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의 그늘 아래 놓인 중국의 국내 담론
- 등록일
2025-11-26
“지정학의 그늘 아래 놓인 중국의 국내 담론”
“China's domestic debates under the shadow of geo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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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Alexander Davey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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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 Mercator Institute for China Studi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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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년 11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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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가 11월 12일 발표한 본 보고서는 2025년 중국의 국내 담론은 지정학적 환경과 강하게 교차하며, 내부 경제 문제・상업문화・대외인식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보고서는 세 가지 주요 영역 ① 경제 ‘내권(內卷, involution)’ 논쟁, ② 중국 상업문화의 글로벌 확산, ③ 토우티아오(Toutiao, 今日头条) 뉴스 트렌드에 나타난 중국의 대외 인식을 통해 이러한 흐름을 분석한다.
먼저 경제 ‘내권’ 논쟁은 미・중 무역마찰, 글로벌 수요 둔화, 산업 과잉생산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더욱 첨예해졌다. 2024년 하반기 이후 중국 정부는 저가 경쟁・보조금 경쟁이 기업 수익성뿐 아니라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판단해 ‘반(反)내권’ 캠페인을 본격화하였다.
관영 매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가격경쟁을 조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다른 학자들은 오히려 지방정부가 동일 산업을 과도하게 육성하며 과잉경쟁을 심화시켰다고 비판한다. 시장 자율성, 혁신 중심의 산업정책, 지방정부 인센티브 개편 등 구조적 개혁을 요구하는 다수의 목소리도 있다. 보고서는 당국이 경쟁법・가격법 개정과 같은 행정규제 정비를 진행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 과정에는 고용 충격・지방재정 악화 등 사회경제적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내권’이 더 이상 국내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해결 실패 시 중국의 글로벌 경쟁력 자체가 약화된다는 지정학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 상업문화의 국제적 확산은 미국의 고립주의 강화・소프트파워 약화라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30일 비자면제 확대, 외국인 과학기술인력 위한 ‘K 비자’ 신설 등 개방 조치와 함께 민간기업 주도의 콘텐츠・플랫폼이 전 세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SNS에서는 이러한 성공이 정부 주도형 대외홍보가 아니라 시장 기반 창의성과 민간 혁신의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반대로 테무(Temu)의 저가공세가 ‘Made in China’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즉, 중국 상업문화의 세계적 매력은 커지고 있으나, 품질 논란・무분별한 저가전략・검열 등 내부 요인이 글로벌 소프트파워의 확장을 제한하는 문제도 공존한다.
셋째, 토우티아오 뉴스 트렌드 분석은 중국의 대외 인식이 어떻게 국내 여론 형성에 이용되는지를 보여준다. 2025년 토우티아오에서 미국 관련 기사 비중은 27%(2024년)에서 42.7%로 급증했으며, 일관되게 미국을 혼란・쇠퇴・무능의 국가로 묘사한다. 자연재해 통제 실패, 정치적 무질서, 지도자 조롱, 동맹국 불만, 글로벌 영향력 약화를 반복적으로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체제적 쇠락’ 서사를 구축한다. 반면 중국은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적 강대국으로 제시된다. 이는 국내 지지층 결속을 강화하고 중국의 체제적 우월성을 부각하는 효과를 낳는다.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서 중국의 국내 담론은 단일한 선전구도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과 내부 모순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내권’ 논쟁은 국가주도 성장모델의 한계를 드러내고, 상업문화 논쟁은 창의성・검열・시장 논리의 충돌을 반영하며, 뉴스 트렌드는 지정학적 경쟁이 일상적 여론 형성까지 스며들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중국의 대외정책・경제정책・사회 분위기를 이해하기 위해 이러한 온라인 담론을 지속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외부 행위자(EU 등)에게 중국 내부 인식의 방향성과 정책 반응을 가늠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