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만: 전략적 혼란의 시대
- 등록일
2025-10-29
“미국–대만: 전략적 혼란의 시대”
“États-Unis/Taïwan : le temps de la confusion stratég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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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Charles-Emmanuel Det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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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l’Institut français des relations international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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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년 10월 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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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가 10월 8일 발표한 「États-Unis/Taïwan : le temps de la confusion stratégique」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만정책이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ambiguïté stratégique)’을 넘어 ‘전략적 혼란(confusion stratégique)’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보고서는 미국의 일관된 대외 전략이 붕괴하면서 대만 문제가 더 이상 억지의 영역이 아닌, 오판과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보고서는 먼저 트럼프의 재집권이 동맹 경시와 보호무역 강화로 나타나는 가운데, 대만 문제에서 상반된 해석이 존재함을 지적한다. 하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고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대만 방어를 유지할 것이라는 ‘리버스 닉슨(reverse Nixon)’ 시나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트럼프가 러시아·중국과의 3극 협상을 통해 대만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삼두(三頭) 분할(triplice)’ 시나리오다. 그러나 저자는 두 시나리오 모두 과장된 해석이라며, 트럼프의 외교정책에는 전략적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고 실제로는 즉흥적 이해득실 계산에 따라 움직인다고 평가한다. 이런 불안정한 외교 태도가 중국의 오판 가능성을 높여 대만해협의 긴장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미국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관계법」(TRA), 그리고 ‘6대 보장’이라는 제도적 틀을 검토하면서, 이러한 법적 기반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식 ‘자국우선주의(America First)’와 행정부 내부의 분열이 그 효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대만산 제품에 32%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면서도, 동시에 대만을 ‘국가’로 표기하는 등 모순된 신호를 보냈다. 이는 중국에 대한 도발로 해석되는 한편, 대만에게는 미국의 일관성에 대한 의구심을 심어주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불일치가 억지력(deterrence)을 훼손한다고 경고한다. 중국은 미국의 불명확한 태도를 ‘약화된 의지’로 오해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무력시위나 압박전술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군사적 대응 의지가 여전히 존재하더라도, 그 신호가 혼란스럽게 전달될 경우 충돌 위험은 커진다는 것이다.
한편 보고서는 대만이 반도체 산업을 통해 형성한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 개념에도 주목한다. TSMC는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의 90%를 차지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생산 다변화와 ‘CHIPS법’에 따른 지원정책이 진행되면서,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는 이 방패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대만의 기술적 우위가 유지되더라도, 미국 내 정치 변화와 공급망 재편은 장기적으로 대만의 ‘억지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오늘날 미국이 냉전 이후 처음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중국만큼 분명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전략적 혼란은 중국의 계산착오를 부추기고, 대만의 생존전략을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 보고서는 전쟁이 ‘임박’하지는 않았지만, 그 가능성이 “덜 불가능(less unlikely)”해진 현실을 경고하며, 미국의 정책적 명료성 회복이야말로 대만과 동아시아 안정의 관건이라고 결론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