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이 국가의 의무가 될 때: 인구 감소를 되돌리려는 중국의 고군분투
- 등록일
2025-10-29
“출산이 국가의 의무가 될 때: 인구 감소를 되돌리려는 중국의 고군분투”
“When giving birth is a national duty: Beijing’s struggle to reverse demographic dec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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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Daria Impiombato, Nis Grünbe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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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 Mercator Institute for China Studi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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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년 10월 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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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가 10월 8일 발표한 「When Giving Birth is a National Duty: Beijing’s Struggle to Reverse Demographic Decline」은 중국의 급격한 인구 감소와 정부의 대응 정책을 분석하면서, 출산 장려 정책이 어떻게 여성의 권리를 제약하고 당국의 통제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중국의 인구 문제는 출산율 저하(2022년 1.09명), 급속한 고령화(65세 이상 15.4%)와 노동력 감소(15–59세 62.6%)로 특징지어진다. “부유해지기 전에 늙는 사회”가 될 위험이 커지면서, 시진핑 지도부는 출산 억제에서 출산 장려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는 경제 성장과 국가안보의 핵심 과제로 간주되며, 인구정책이 국가전략의 일부로 편입되었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한 자녀 정책’의 유산을 뒤집으려는 과정에서 구조적 제약과 사회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강제 낙태·불임수술, 남아선호로 인한 성비 불균형, 출산 관련 통제의 관료제적 잔재 등은 현재의 출산 장려 정책이 효과를 내기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젊은 세대 여성들은 소가족 가치관이 내면화되어 있으며, 많은 이들이 결혼과 출산 자체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출산을 ‘국가의 생존과 발전에 관한 대사(大事)’로 규정하고, 여성의 몸을 정책적 도구로 삼고 있다.
2021년 개정된 「인구와 가족계획법」은 ‘가정은 사회의 세포이며, 여성은 출산·양육의 자연적 역할을 가진다’고 명시하였다. 동시에 여성의 적정 결혼·출산 연령(23~28세)을 국가가 규정하고, 단일 여성의 난자 냉동이나 동성 커플의 생식의료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025년 3월 ‘고품질 인구발전 연구과제’를 공모하며, 출산을 인구안보와 연계된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러한 접근은 여성의 자율성을 인정하기보다는 출산을 ‘통제 가능한 변수’로 간주하는 국가적 시각을 반영한다.
2025년 7월 발표된 「육아보조금 제도 시행방안」은 3세 미만 아동 1인당 연 3,600위안(약 72만 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아이 한 명을 키우는 평균비용(약 2만 6,944위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며, 지방정부 간 보조금 격차도 크다. 일부 지방에서는 보조금 외에도 결혼 장려금, 출산휴가 확대, 주택 보조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효과는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쓰촨성 판즈화(攀枝花)는 조기 보조금 정책으로 단기간 출산률이 증가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결혼 회피’와 ‘비혼 증가’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2024년 결혼 건수는 610만 건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혼인율 하락은 출산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결혼과 출산을 ‘애국적 의무’로 재정의하며, 집단결혼식, 결혼·가정교육 과목 개설, ‘좋은 결혼문화’ 운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온라인에서 “한때는 강제 낙태, 이제는 출산 압박”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무자녀세(No Child Tax)’ 제안은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SNS에서는 “출산은 개인의 권리이지 국가의 임무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확산되었다.
여성의 출산 회피는 단순한 가치관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양육비 부담은 미국·일본보다 높으며, 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는 고용차별로 이어진다. 기업은 출산휴가 인건비(약 3만~9만 위안)를 부담해야 하므로, 채용 단계에서 가임여성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여성들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 고용(마마강, 妈妈岗: 시간제 육아직)에 내몰리고 있으며, 비혼·비출산 여성은 사회적으로 낙인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일련의 정책이 여성의 권리 후퇴를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출산장려정책은 단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이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불신과 젠더 갈등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베이징은 출산을 ‘국가안보’의 일부로 규정하며 정책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시민의 자발적 협조는 얻기 어렵다. 만약 출산이 ‘안보 위기’로 간주된다면, 당국은 더욱 강압적인 조치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MERICS는 “중국 공산당이 여전히 인구문제를 기술관료적 시각에서 다루고 있으며, 성평등·노동권·사회복지와 같은 근본적 요인을 외면하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따라서 현행 정책은 ‘너무 늦고, 너무 적으며’, 향후 수십 년간 중국의 인구 감소와 사회 불균형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