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2세대의 시대, 불평등의 세습-푸얼다이와 중국의 미래
- 등록일
2025-10-29
“부유층 2세대의 시대, 불평등의 세습-푸얼다이와 중국의 미래”
“Fuerdai: China’s Second Generation of Wealth and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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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John Osbu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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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The Asia Society Policy Institu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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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년 10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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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가 10월 1일 발표한 「Fuerdai: China’s Second Generation of Wealth and Power」는 중국의 ‘부유층 2세대(富二代, fuerdai)’와 ‘관료 2세대(官二代, guanerdai)’ 현상을 사회적 불평등, 세대 갈등, 엘리트 교육, 그리고 중국의 미래 권력승계 구조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먼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청년실업 심화 속에서 사회적 불만이 부유층 자녀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개혁개방 초기에는 사회이동성이 높아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강했지만, 오늘날 중국 청년층은 성공이 노력보다는 ‘연줄(關係, guanxi)’과 ‘가정배경’에 달려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부유층이나 관료층의 자녀들은 부모의 인맥과 자산 덕분에 명문대학 진학, 좋은 직장 취업,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손쉽게 얻는 존재로 여겨지며, 이들에 대한 반감은 “아버지에 의존하는 시대(拼爹的时代)”라는 냉소적 표현으로 상징되고 있다.
부유층 2세대(푸얼다이)의 과시적 소비와 특권의식은 2010년대 이후 SNS와 인터넷 포럼을 통해 대중의 분노를 자극했다. 일부 푸얼다이들은 고급차, 명품, 사치스러운 여행 사진을 공개하며 ‘계급적 불평등’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부동산 재벌 왕젠린의 아들 왕쓰충이 반려견에게 1만 4천 달러짜리 금색 애플워치를 착용시킨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이에 따라 국가언론은 부유층 자녀들의 ‘책임 있는 모범 사례’를 소개하며 ‘반부자 정서(anti-rich sentiment)’를 완화하려 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근본적 불평등 구조를 가리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또한, 관료 2세대(관얼다이)에 대한 분노 역시 깊게 뿌리내려 있다. 1980년대 개혁 초기에 이들은 이중가격제의 허점을 이용해 특혜를 누렸고, 이후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면서 각종 비리와 특권 남용 사례가 대중의 분노를 촉발했다. 2010년 “내 아버지는 리강이다(My father is Li Gang)”라는 표현이 등장한 사건처럼, 권력층 자녀의 오만함은 ‘법 위의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최근에도 명문 의대 출신의 관얼다이가 병원 내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특권층만을 위한 인턴십과 채용시장”이라는 비판이 재점화되었다.
교육 측면에서 보고서는 해외 유학이 중국 엘리트 계층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복합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많은 푸얼다이들이 미국과 영국 등에서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서구에서 체득한 ‘워크라이프 밸런스’나 ‘개인주의적 가치’는 중국식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부모 세대는 그들의 자녀가 “중국적 방식의 관계 형성 능력(guanxi)”을 잃었다고 우려하며, 일부는 자녀를 일찍 해외로 보내는 것을 ‘가족 자산 해외이전 및 장기 이민 계획’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유학 경험은 엘리트 청년들의 세계관을 확장시켜, 그들이 중국 사회를 ‘비교의 렌즈’를 통해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해외 유학생들이 경험한 차별과, 중국 내 여론의 적대적 반응은 그들로 하여금 당국의 통치능력과 사회적 신뢰에 의문을 품게 한 계기가 되었다.
한편, 보고서는 부유층 2세대의 결혼과 상속이 중국의 불평등을 더욱 고착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국은 상속세가 없고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세도 미비하기 때문에, 향후 수십 년간 약 1조 1천억 달러 규모의 자산이 부유층 자녀에게 세습될 전망이다. 이들은 같은 계층 내에서만 결혼하고, 회원제 골프클럽이나 고급 네트워크 모임을 통해 폐쇄적인 사교문화를 형성하며, 점차 ‘신귀족층(new aristocracy)’으로 분화하고 있다. 반면 일반 청년층은 과잉경쟁과 기회 불평등 속에서 ‘내권(內卷, involution)’과 ‘탕핑(躺平, 누워있기)’으로 대표되는 체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불평등 구조가 시진핑 정부의 ‘공동부유(共同富裕)’ 담론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는 근면과 혁신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중국 사회에서 성공의 상징은 부모의 부와 인맥을 세습한 푸얼다이들이다. 결국 “노력과 능력이 성공을 보장하던 시대”는 끝났으며, 사회적 이동성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푸얼다이 세대가 중국 역사상 가장 교육수준이 높고 세계화된 엘리트 세대이지만, 그들이 상속받을 것은 단순한 부가 아니라 “극도로 계층화된 사회구조”라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가 사회적 불평등과 계층 고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지도층은 ‘국제적 시야’를 가진 동시에 ‘사회적 불신’과 ‘도덕적 회의’를 내면화한 세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