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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략경쟁의 구조와 선택적 디커플링

  • 등록일

    2025-10-29

미중 전략경쟁의 구조와 선택적 디커플링

Understanding U.S.-China Strategic Competition in the Western Pacific” 


저자

Anna Gelpern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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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발행일

2025년 9월 30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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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9월 30일 발표한 「Understanding U.S.-China Strategic Competition in the Western Pacific」은 미중 전략경쟁이 서태평양 지역의 경제·안보 질서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분석하고, 무역·통화·기술·군사 분야의 상호의존이 어떻게 ‘선택적 디커플링(selective decoupling)’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설명한 연구이다.


보고서는 먼저 서태평양을 미중 경쟁의 ‘핵심 전장(core theater)’으로 규정하며, 양국의 경쟁이 단순한 지정학적 대결이 아니라 경제적·금융적 패권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임을 강조한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경제안보’를 군사안보와 동일선상에 두고, 반도체·에너지·AI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경제 억제(geo-economic containment)’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내순환(內循環)’ 중심의 자립경제 전략과 함께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미국 중심 금융질서의 대안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연구는 미중 양국이 경제와 안보를 연결(linkage)시키는 방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한편, 금융·무역 제재를 전략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해양 차단(sea denial)’ 개념을 통해 서태평양에서 중국의 군사적 진출을 억제하려 한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남중국해, 대만해협, 동중국해를 중심으로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을 강화하고, ‘회색지대(gray zone)’ 전략을 통해 점진적 영향권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논문은 이러한 전략적 상호작용이 군사충돌보다는 ‘지속적 긴장 상태(enduring rivalry)’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무역과 투자 측면에서 저자들은 서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분절화를 실증 분석했다. 2017~2024년 동안 미국의 대중 직접투자(FDI)는 60% 이상 감소한 반면, 베트남·말레이시아·멕시코로의 투자 비중은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러나 보고서는 “디커플링(decoupling)”이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고위험 분야(semiconductors, defense-related ICT)에 국한된 ‘선택적 분리(selective decoupling)’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은 같은 기간 41% 증가하여 ‘우회적 연계(derivative coupling)’가 확대되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미중 공급망의 상호의존을 완전히 끊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화·금융 부문에서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 확산이 새로운 경쟁 축으로 등장했다. 논문은 특히 2024년 말 기준 중국이 28개국과 디지털 통화 결제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는 미국의 달러결제망(SWIFT 기반)에 대한 ‘기술적 탈중심화(decentralization)’ 시도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위안화 국제화의 실질적 진전이 여전히 제한적이며, 중국의 자본통제와 금융시장 폐쇄성이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술 패권 경쟁은 연구의 또 다른 핵심축이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 AI칩, 양자컴퓨팅 등 첨단 분야에서 동맹국과의 기술블록화를 추진하며, ‘Chip 4’, ‘IPEF’, ‘AUKUS’ 등의 협력체를 통해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산화율 70%’ 목표를 내세운 반도체 자급계획과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 기술-인프라-데이터를 포괄하는 다층적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 분리 현상이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비효율을 초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중 기술 생태계(dual tech ecosystem)’의 정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서태평양 지역국가들의 대응 전략을 비교 분석한다.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을 통해 미국과 전략적 연대성을 강화하면서도, 대중 경제관계를 유지하는 ‘양면외교(dual engagement)’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은 미중 기술경쟁 속에서 ‘선택적 실리주의(selective pragmatism)’를, ASEAN은 ‘전략적 중립(strategic hedging)’을 통해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미중 경쟁이 전면적 대결로 비화하기보다는, 경제·기술·금융·안보 영역에서 상호 얽힌 형태의 ‘복합적 경쟁(Complex Competition)’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태평양은 이 복합경쟁의 ‘시험장(testbed)’이자, 글로벌 질서 전환의 중심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10년간 미중 간의 경쟁은 ‘분리(decoupling)’가 아닌 ‘재구성(rewiring)’의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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