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의 중국정치> 번역출판에 부쳐 : 중국의 파벌과 파벌정치 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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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30
2026년 7월호 『인차이나브리프』 저자노트는 『派閥의 중국정치-마오쩌둥에서 시진핑까지』의 공동역자로 참여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양갑용 수석연구위원의 글을 싣습니다. 2023년 일본 나고야대학 출판부에서 출간된 이 책은 100년 정당인 중국공산당 내부의 파벌과 파벌투쟁을 통해 마오쩌둥에서 시진핑에 이르는 중국정치의 동학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되면서 국내에서도 중국의 파벌정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진핑 집권 3기를 지나 차기 정치 주기를 향해가는 현시점에서, 중국정치 동학으로서 ‘파벌’ 개념의 유효성을 다시 생각하고 그 의미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중국 정치 변화, 특히 국내 정치 변화를 파벌적 시각에서 분석하는 것은 해외와 한국에서 폭넓게 활용되어 온 접근법이다. 중국 국내 정치를 파벌정치(factional politics)로 보는 것은 ‘권력’을 정점에 두고 각각 파벌적 이익에 따른 갈등과 경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흥미롭다. 또한 절대적 권위를 가진 최고지도자와 집권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파벌적 이익에 따른 ‘다툼’이 발생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파벌’이라는 용어는 대중 및 연구자의 흥미를 끌 만하다.
» 중국의 파벌과 파벌정치 연구의 역사성
분석적 시각에서 보면 파벌 연구는 고전적 파벌론, 제도화・균형론, 시진핑 시대의 탈(脫) 파벌론 또는 개인 권력론 등 여러 가지 접근법을 통해서 개념화할 수 있다. 특히 연구자들은 단일 정당, 단일 지도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료들 간 이견이 존재하고, 정책을 두고 다투는 모양새를 파벌적 시각이나 이익 집단 간 경쟁의 시각에서 분석할 때 파벌의 개념을 자주 사용한다. 파벌 연구의 대표 주자는 익히 알고 있는 앤드루 네이선(Andrew Nathan)이다. 그는 중공당 내 파벌 경쟁을 통해서 중국 정치 동학을 설명한다. 즉 중국 공산당이라는 외부에서 보이는 강고한 체제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는 끊임없이 경쟁이 있다는 전제에서 중국 정치 변화를 주목한다. 즉, 정책 노선보다는 사람, 조직보다는 인맥, 제도보다는 충성심이 중국 정치의 본질이고, 이를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를 통해서 설명한다. 그는 누가 누구를 발탁했는지, 누구의 비서였는지, 어느 지역에서 함께 근무했는지 등을 통해 형성된 업연(業緣), 지연(地緣), 학연(學緣) 등을 파벌 분석의 주요 요소로 활용하였다.
루치안 파이(Lucian Pye)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파벌정치의 정치 문화적 맥락에 주목했다. 즉 그는 파벌 투쟁이 단순한 권력투쟁이 아니라 중국 정치 문화의 산물이라는 인식을 통해서 중국 정치 변화를 주목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치 문화적 요소인 혈연, 학연, 지연, 사제관계 등 이른바 전통적 인간관계가 정치권력으로 연결되어 파벌적 행태를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식견에 의하면 중국의 파벌정치와 파벌은 비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라 정치 문화적 맥락에서 있을 수 있는 정치체제의 자연스러운 작동 방식이라는 점이다. 프레더릭 테이웨스(Frederick Teiwes)도 개인과 집단이 가지고 있는 권력 지향의 속성에 기초해서 중국의 정치 변화를 파벌정치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가오강 사건이나 문화혁명의 발발은 이념 간 차이라기보다는 권력을 둘러싼 전형적인 파벌 투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그는 마오 시대도 이데올로기로 통일된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상 권력투쟁이 이념 갈등보다 우선했다는 시각이다. 파벌적 시각에서는 이념보다 권력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며, 결국 권력 획득을 둘러싼 갈등이 파벌 투쟁을 유발했고, 이념보다는 권력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중공당 내 파벌주의를 분석한 징황(Jing Huang)도 중국 정치의 핵심 동인은 바로 파벌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 그는 심지어 권력투쟁이 파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파벌이 권력투쟁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하고, 이런 측면에서 파벌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연합체가 아니라 장기 지속되는 정치 네트워크라고 분석한다. 예컨대 태자당, 공청단, 상하이방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파벌의 모습이 바로 징황이 주장하는 장기 지속의 정치 네트워크에 기인하는 것으로 중국 정치를 파벌정치로 분석하고 있다. 엘리트 정치의 권위자인 청리(Cheng Li) 역시 중국 정치는 단순한 독재체제가 아니라 중공당 안에 두 개의 연합 세력이 경쟁하는 파벌적 속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태자당 안에도 장쩌민 계열과 시진핑 계열이 존재하고, 공청단 안에도 후진타오 계열과 리커창 계열이 존재한다는 접근법이다. 이러한 파벌적 시각은 당내 집단지도체제, 엘리트 균형 등 권력 균형과 균점을 설명하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파벌적 시각에서 중국 정치를 분석하는 접근법은 기본적으로 당내에 파벌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외형상 중공당은 여전히 강고한 내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고, 당 중앙과 최고지도자라는 절대적 리더십에 기초하고 있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정적인 체제로 보일지 몰라도 내부를 권력투쟁 등 파벌적 시각에서 보면 갈등과 대립이 늘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체제 안정이나 체제 불안정을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한 접근법이다. 따라서 시진핑 시기에 들어서 사실상 파벌이 해체되고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이는 한편으로는 내부에서 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논쟁이 없는 정책의 양산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체제 안정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체제 건강성에는 긍정적이지는 않다. 왜냐하면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고, 흐르지 않는 물에는 이끼가 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파벌 또는 파벌정치가 정치 내부 동학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특히 강고한 연결망을 갖춘 정치 네트워크가 왜 약화하고 심지어 몰락하는지에 대한 설명력에서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파벌적 이해관계로 연결망을 갖춘 것이 아니라, 보스 중심의 전근대적인 일인 정치가 파벌정치의 외피를 쓰고 똬리를 틀고 있었다는 비판에 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시진핑 시기에는 파벌과 파벌정치는 사라졌는가?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집권이 시작되고 이미 3기를 거쳐오면서 기존 관행과는 달리 집단지도체제는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심지어 사실상 시진핑 일인 집권 시대의 도래로까지 언급하는 예도 더러 있다. 그렇다면 시진핑 시기에는 파벌이 사라졌고, 그래서 파벌정치 접근은 중국 국내 정치를 설명하고 분석하는 데 유용하지 않다는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하지만, 그 해답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여전히 파벌이 존재한다는 시각도 있고, 파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파벌정치는 끝났다는 시각은 시진핑 등장 이후 반부패 운동, 군부 숙청, 조직 개편 등을 통해서 집단지도체제를 사실상 일인 집권 체제로 바꾸면서 당내에 존재했던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화석이 되었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과거 파벌정치가 중국 정치의 역동성을 설명해 줬다면, 지금은 시진핑 개인 중심 네트워크가 파벌 간 경쟁 접근 방식보다 중요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즉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파벌 혹은 파벌정치에 따른 중국 정치 변화 접근 방식이 새로운 분기점을 맞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 정치는 그 자체로 파벌 경쟁이고, 파벌은 중국 정치 문화의 산물이며, 파벌이 권력정치를 구조화하고, 집단지도체제로 이어졌다는 일련의 분석은 이미 옛일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속성상 ‘다름’을 추구하는 본질적인 정체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한 물론 파벌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시진핑 개인 권력이 중요하다는 분석과 접근 방법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접근 방식의 변화가 파벌정치론이 퇴색하고 일인지배론이 득세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연구에서도 중용의 미덕을 강조하듯 오히려 “시진핑이 파벌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기존 파벌을 해체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새로운 충성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라는 해석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기계적 중립으로 포장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학문과 이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용의 미덕도 필요하지만, 날카로운 분석의 예기는 꺾여서는 안 된다. 비록 누군가는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역류한다고 해서 과거의 접근 방식을 폐기하는 것도 옳은 접근은 아니다. 파벌과 파벌정치가 중국 내부의 정치적 역동성을 설명하는 데 여전히 유용한 도구나 접근 방법임은 부인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연구의 역사성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2026년 중국 정치, 특히 먀오화, 허웨이둥 등 시진핑 자신이 임명했고, 신뢰를 보냈던 인사의 낙마를 분석할 때 파벌적 접근을 통해서 쉽게 답을 내기는 어렵다. 이들이 당내에서 파벌적 이익에 기초한 ‘다른’ 이익을 추구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파벌적 시각을 완전히 버리라는 의미도 아니다. 파벌은 외부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잠복해 있을 수 있지만, 가설의 영역에서는 충분히 분석 가능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시기에 시진핑의 권력이 강력하므로 모든 경쟁 구도를 배제하고 ‘시진핑 네트워크 내부의 충성도 재조정’에 따른 낙마라고만 단순하게 해답을 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분석 개념으로서 파벌이 스며들 여지가 있다고 본다.
» 한국 내 중국 정치 동학 관련 두 개의 흐름
파벌과 파벌정치의 적실성과 유효성이 흔들리는 시점에서 한국의 중국 연구 특히 파벌 연구 또한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개혁・개방 시기 한국 내 중국 파벌정치 연구의 흐름은 장쩌민 시기의 파벌균형론에서 후진타오 시기의 집단지도체제론을 거쳐 시진핑 시기의 개인 권력 강화론으로 변화해 왔다. 장쩌민 시기는 상하이방, 태자당, 공청단 등 비교적 명료한 파벌적 집단이 존재했고, 이들 집단은 파벌 간 타협과 연합을 통해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며 최고지도자가 모든 권력을 독점하지 못한 시대였다.
따라서 정치 역동성을 설명할 때 파벌정치 접근이 매우 유용했다. 후진타오 시기도 파벌 간 세력균형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공청단 계열의 부상이 눈에 띄었으며 이를 집단지도체제론으로 설명했다. 후진타오를 파벌의 수장으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진핑 시기에는 기존 파벌 경쟁 구도가 약화하고 충성도 중심의 인사 체계가 형성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반부패 투쟁을 설명할 때 파벌적 시각에서 설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최근에는 파벌정치만으로 중국 정치의 역동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비판적 견해도 존재하나, 적어도 장쩌민, 후진타오 시기를 거치고 시진핑 시기에 접어든 지금 시점에서도 파벌과 파벌정치를 통한 설명은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이 집권을 연장하고, 강력한 권력을 구축하면서 파벌 간 협의를 통한 정치과정의 설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국의 중국 정치 변화에서 파벌정치의 지속론과 개인 권력론이 경쟁하고 있다. 파벌정치 지속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공청단, 태자당, 지방 네트워크 등 여전히 당내 파벌이 존재한다고 본다. 다만 이들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파벌은 존재한다고 보고, 심지어 파벌이 상하이방, 저장방, 칭화방, 푸젠방, 산시방 등 지역별, 부문별로 분화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에 비해서 개인 권력론은 파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충성 경쟁과 개인 네트워크가 기존 파벌을 대체했다는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두 주장 모두 일정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 정치국 인사와 군부 숙청, 공청단 출신 간부들의 재부상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있는바, 지속론과 개인 권력론이 경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2022년 20차 당대회 이후와 2026년 상반기까지 나타난 군부 및 당정 고위층 인사 변동을 보면, 한국 학계에서는 “전통적 파벌정치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시진핑 중심의 새로운 권력 네트워크 정치로 변형되었다”라는 절충적 해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번역 출판된 <파벌의 중국 정치>는 이러한 현실 인식을 가능케 하는 역사적 맥락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비록 이 책이 시진핑 초기에 해당하는 10년 동안의 사례를 부분적으로 설명하고 있고, 집권 연장에 따른 파벌정치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지 않지만, 오히려 공백으로 남을 수 있는 시진핑 시기 파벌정치의 적실성과 유효성 연구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한다.
파벌을 사람에 천착하여 사고할 경우 조직과 집단 내에서 파벌을 구축하고 파당을 조직하는 것은 어쩌면 개인의 생존과 발전, 영향력 확대를 위한 원초적인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파벌의 중국 정치>라는 책은 100년 역사의 중공당에서 생성, 발전, 소멸했던 5개의 대표적인 파벌과 파벌정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숙독해야 할 필독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