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의 주요 현안과 미래 전망: 빅데이터 분석과 전문가 인식조사를 통한 심층 연구
- 등록일
2026-06-25
2026년 6월호 『인차이나브리프』 저자노트는 『한중관계의 주요 현안과 미래 전망: 빅데이터 분석과 전문가 인식조사를 통한 심층 연구』의 필자인 통일연구원 황태연 박사의 글을 싣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최근 한중관계는 미중 전략경쟁,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경쟁 등 구조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재조정 국면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한중관계를 위해서는 갈등을 전제로 하되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분야별 협력 기반을 재설계하는 ‘관리형 정상화’ 전략이 긴요하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 왜 지금 한중관계를 다시 읽어야 하는가?
한중관계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질문에서 본 연구는 시작되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관계는 눈부신 속도로 성장해왔다. 경제적 상호의존은 깊어졌고 인적・문화적 교류도 폭발적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2017년 사드 배치를 계기로 외교・안보 갈등이 경제와 사회문화 영역으로 번지면서 양국관계의 성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 한중관계는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경쟁, 지정학적 불안정성 확대 등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금, 한중관계는 과거의 협력 중심 구조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재조정 국면에 들어서 있다는 것이 우리 연구진의 판단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본 보고서는 통일연구원을 중심으로 수행된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협동연구사업의 결과물로, 한중관계를 단순히 외교나 경제 분야의 현안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언론 담론과 전문가 인식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관계의 구조적 변화와 미래 전망을 진단하고자 하였다. 특히 한중 양국 사회가 상대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인식의 차이가 향후 양국관계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두었다.
» 양국 언론과 전문가 인식으로 한중관계를 읽다: 혼합연구의 시도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읽는 방법론이다. 기존 연구들은 대개 정치・외교나 경제 분야 중심의 단편적 분석에 머물렀다. 하지만 오늘날 한중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훨씬 다층적이다. 양국 언론이 상대국을 어떻게 서술하는지, 양국 전문가들이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어떻게 갈등을 증폭시키는지 등 비정치적 요인들이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바로 그 공백을 채우고자 했다.
우리는 두 가지 방법을 결합했다.
- 하나는 한중 주요 언론 보도를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약 5년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것이다. 한국은 BIGKinds 기반의 LDA 토픽모델링을, 중국은 BERTopic 기반의 분석을 활용했다.
- 다른 하나는 양국 전문가 각 100명씩, 총 200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인식조사를 수행했다. 이와 함께 2020년부터 이미 3차례 진행했던 인식조사 결과와도 비교・분석했다.
이처럼 본 연구의 특징은 빅데이터 분석과 전문가 인식조사를 결합한 혼합연구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언론 담론과 전문가 인식조사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이를 상호 비교・통합 분석함으로써 한중관계를 둘러싼 인식 구조를 다층적으로 진단했다. 이러한 연구 설계로 언론 담론을 통해 사회적 인식의 흐름을 확인하고, 전문가 인식조사를 통해 정책적 판단과 전망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한중관계의 현재 상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 한국 언론과 중국 언론,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다: 담론의 비대칭성
분석 결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발견은 양국 언론이 동일한 한중관계를 바라보면서도 이를 해석하는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를 ‘담론의 비대칭성(Discourse Asymmetry)’으로 설명한다.
한국 언론은 한중관계를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관계로 인식하면서 ‘관계 관리’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였다.
-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정상외교나 고위급 대화 같은 다층적 소통 채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갈등 상황에서도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현실주의적 태도가 강하게 나타났다.
- 경제 분야에서는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서도 지방정부・민간 중심의 협력 확대, 공급망 재편, 신산업 협력 등 구체적인 협력 구조를 재설계하려는 논의가 활발했다.
-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문화예술・청소년・스포츠 교류를 ‘관계의 연성기반(soft base)’으로 인식하며 장기적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두드러졌다.
반면 중국 언론의 시각은 사뭇 달랐다. 중국 언론이 주목한 것은 양자관계 자체가 아니라 한중관계를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체제, 한국의 국내정치 변화 등 보다 넓은 전략적 맥락 속에서 해석하는 특징을 나타냈다. 즉, 한국을 협력 상대이면서 동시에 관찰하고 평가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중국은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른 구조적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뜻이다.
-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의 구조와 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과 달리, 중국 언론은 한국의 경제・산업・시장 동향을 실용적 관심에서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한국을 문화 교류의 파트너이기 이전에 유학・생활안전・사건사고 등 인적 이동과 안전 리스크의 관점에서 먼저 서술하는 특징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비대칭이 단순한 오해나 의도 불일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맥락과 설명 변수에서 비롯된 구조적 현상으로 해석한다. 즉, 한국이 양자관계 차원에서 선의로 내놓은 협력 메시지가 중국 측에서는 한미동맹이나 한반도 안보 환경의 틀 안에서 재해석되어 전혀 다른 의미로 수신될 수 있다. 이처럼 담론의 비대칭이 지속될 경우 정책 의도는 왜곡되고 관계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대중 정책을 추진할 때는 정책 자체뿐 아니라 중국 측의 맥락적 해석 방식까지 고려한 정교한 설명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연구진의 결론이었다
» 전문가들은 한중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악화 이후의 ‘조정 국면’
전문가 인식조사 결과 역시 흥미롭다. 2020년부터 이번까지 4차례에 걸쳐 축적된 데이터를 보면, 한중관계에 대한 전반적 평가는 직선적으로 개선되거나 악화한 것이 아니라 ‘악화 이후 조정(관리) 국면으로 이동’하는 궤적을 보였다.
- 2023년에 한국 전문가 3.6점, 중국 전문가 4.53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번 조사(2025년)에서는 한국 4.27점, 중국 5.64점으로 모두 반등했다.
이 회복이 단순히 갈등이 해소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고위급 소통의 재개, 인적 교류의 정상화, 경제적 상호의존에 대한 재인식이 누적되면서 ‘갈등을 전제로 한 관리의 필요성’이 커진 결과로 읽어야 한다. 연구진은 현재의 한중관계를 ‘관계 회복’보다는 ‘전략적 재조정기’로 규정한다. 이는 갈등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갈등을 상수로 인정하면서도 이를 관리하고 협력을 재설계하는 단계라는 의미이다.
한국 전문가와 중국 전문가 사이의 온도 차도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중국 전문가들은 매번 조사 시기마다 한국 전문가보다 한중관계를 더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측은 한중관계를 관리 가능한 관계로 보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한국 측은 구조적 제약과 갈등 요인을 더 크게 반영하며 신중하게 평가하는 패턴이 지속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양국 전문가의 오르내리는 방향이 중요한 시점마다 동일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는 한중관계 인식이 양국 내부 요인뿐만 아니라 국제정치 구조 변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5년 후 전망에 대해서는 한국 전문가는 5.4점, 중국 전문가는 6.24점을 제시하며 양측 모두 현재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 낙관적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전략적인 정책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 전문가 인식조사의 분야별 온도 차: 경제는 완충지, 외교・안보는 취약지
분야별로 보면 온도 차가 뚜렷하다. 한국과 중국 전문가 모두 경제 분야를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사회・문화가 그다음, 외교・안보가 가장 취약하다는 인식에 공통적으로 일치했다.
- 경제 분야는 양국 관계가 충격을 받을 때 이를 흡수하는 ‘완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국 전문가 모두 ‘탈중국’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공감했으며, 핵심이익이나 전략이익과 무관한 경제 교류는 정치와 분리해 지속할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되었다. 다만 한국 전문가들은 경쟁 심화 속에서 협력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과제의식이 강했고,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과 제품에 대한 실용적 관심과 함께 구체적 협력 가능 영역을 탐색하는 시각을 보였다.
- 외교・안보 분야는 양국 모두 가장 취약한 영역으로 지목했다. 한국 전문가들은 취약성과 위협 인식이 우세한 반면, 중국 전문가들은 관계가 관리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상호 불신이 지속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중국 측은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안보 협력, 첨단기술 수출 통제 동참 등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있었으며, 강경 대응보다는 위험 관리와 전략적 유연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 사회・문화 분야는 양국 모두 장기적 관리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감정과 정체성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영역인 만큼 단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이 이루어졌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의 갈등과 역사 인식의 차이가 누적되면서 양국 국민 간 상호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관계의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 언론 빅데이터 분석과 전문가 인식조사의 비교・통합 분석
이 연구의 핵심적인 기여 중 하나는 언론 빅데이터 분석과 전문가 인식조사의 결과를 교차・비교했다는 점이다. 두 분석을 겹쳐보면 공통된 구조가 선명해진다. 한국 언론과 전문가 모두 ‘갈등은 상수이며 관리가 핵심’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협력 의지가 있고 협력 의제를 적극 제시하지만, 그 전제는 갈등의 존재를 인정하는 위에 있다. 반면 중국 언론과 전문가는 관계 안정과 발전을 기본 전제로 하면서도, 한국의 안보 선택과 외부 구조 변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를 보였다.
가장 중요한 발견은 상호 인식 격차 자체가 한중관계 관리의 핵심 변수라는 점이다. 양국이 각자의 언론 담론과 전문가 인식 속에서 서로 다른 한중관계를 구성하고 있는 한, 아무리 선의의 정책을 내놓아도 상대방에게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인식의 재균형 없이는 관계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 연구진이 내린 핵심 결론이다.
» ‘관리형 정상화’를 향한 중장기 로드맵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 연구진은 한국의 대중(對中) 정책에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먼저 대중 정책은 다음의 세 가지 핵심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
- 첫째, 단선적 접근에서 벗어나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복합 유연성 전략이다.
- 둘째, 가치 중심 접근보다는 포괄적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실용외교다.
- 셋째, 현안 해결에서 벗어나 갈등 관리를 중심에 두는 중장기적 일관성이다.
분야별로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다층적 대화 채널의 정례화와 제도화가 시급하다. 정상회담 셔틀외교를 비롯해 전략경제대화 신설, 의원외교 강화, 지자체 간 교류 활성화 등 다차원적 소통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경쟁과 협력을 이원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공급망 다원화와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상호 보완이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거점(블루존)을 구축하고 한중 FTA 업그레이드 등 협력의 질적 도약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인식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공공외교 확대와 청년 세대 교류 지원, 문화산업 콘텐츠 협력, 그리고 역사와 미래 의제에 대한 공동 협력을 통해 양국 국민 간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축으로 보면, 중단기적으로 리스크 관리와 관계 안정화에 집중하고, 대화 채널의 제도화 및 수평적 협력 경쟁의 기반을 마련하며, 장기적으로는 신뢰 자본을 축적해 안정적 발전과 ‘동태적 공존’으로 나아가는 단계적 경로가 필요하다.
» 연구의 한계와 향후 과제, 그리고 미래
물론 이 연구가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몇 가지 한계를 솔직하게 밝혀두고자 한다. 우선 빅데이터 분석의 시간적 범위가 2020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로 비교적 짧아 수교 이후 장기적 구조 변화를 충분히 포착하는데 한계가 있고, 한중 언론 분석에 서로 다른 토픽 모델을 적용해 양국 담론을 정밀하게 비교하는 데도 방법론적 한계가 남는다. 전문가 인식조사도 각국 100명이라는 표본의 제약으로 전체 전문가 집단을 완벽하게 대표하거나 일반 국민 인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 분석과 전문가 인식조사를 결합한 혼합형 연구 설계는 한중관계 연구에 데이터 기반 인식 연구라는 새로운 방법론적 지평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분석 기간 확장과 방법론 정교화 등을 통한 후속 연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한중관계의 미래는 과거로의 복귀가 아니다. 연구진이 제시하는 방향은 ‘관리형 정상화’, 즉 갈등을 전제로 하면서 충격이 확산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협력을 재설계하는 ‘동태적 공존’의 경로다. 이 경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관계 개선 의지가 아니라, 안정적인 위기관리 메커니즘과 소통 인프라를 얼마나 제도화하고, 상호 인식 격차와 담론 비대칭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결정적이다. 이 연구가 그 전략적 설계의 실증적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한중관계를 보다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 본 연구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