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 방향
- 등록일
2026-05-28
2026년 5월호 『인차이나브리프』 저자노트는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 방향』의 연구책임자인 산업연구원 조은교 박사의 글을 싣습니다. 조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제조2025전략의 주요 업종에 해당하는 중국 첨단제조산업이 이미 밸류체인 전반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한중 산업협력의 기조는 경쟁적 협력과 전략적 활용으로의 전환이 긴요하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에서는 2025년 기본연구로 <중국제조 2025 주요 업종의 현상황 진단과 우리의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과제를 수행하였다. 동 연구에서는 중국제조 2025 10대 업종 중 우리와 경합성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자율주행, 로봇 등 5개 업종을 바탕으로 현재 중국 산업의 발전 현황과 산업정책의 특징, 우리 산업과의 밸류체인 경합성을 살펴보았다. 또한, 2026년 2월에는 동 연구 중 한중 주요 경합성 분석 내용을 중심으로 <첨단산업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 방향> 이라는 브리프를 발간하였으며, 우리의 대중국 전략에 대해서도 제시하였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해당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 주요 첨단산업의 성장과 한중 경쟁력 분석 및 우리 산업의 대중국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독자들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 ‘중국제조 2025’ 전략과 중국 첨단산업의 폭발적 성장
2015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전략은 차세대 정보기술, 고급 CNC 공작기계 및 로봇, 항공・우주 장비,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 설비, 신소재, 바이오 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농기계 장비 등 10대 핵심 분야에서 제조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발표 당시 국제사회는 이를 다소 회의적으로 바라보았으나, 10년이 지난 현재 그 성과는 분야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로봇, 배터리, 전기차 등 일부 품목에서 ‘중국제조 2025’가 제시한 국산화율 목표를 이미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산업용 로봇시장에서의 국산화율은 2024년 기준 57.5%(신규설치량 기준)로 당초 목표인 70%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감속기・서보시스템・컨트롤러 등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은 50% 이상을 기록하며 목표치를 달성하였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 하에 가장 빠르게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으며, 청소・서빙・물류 등에서 활용되는 서비스 로봇은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
전기차 분야의 성과는 더욱 눈부시다.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신에너지 자동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설정하였으나, 2024년에 이미 45.3%(BEV, PHEV, FCEV 합계)에 도달하며 정책 목표를 두 배 이상 초과 달성하였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레벨3 이하의 반자율주행시스템 탑재 비율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고, 차량 탑재 광학시스템과 고정밀 지도 분야에서도 높은 달성도를 보이고 있다. 배터리 산업의 경우 ‘소재부터 장비까지’ 전 공정에서 90% 이상의 국산화율을 달성하였으며, 특히 생산라인 핵심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100% 국산화에 성공하였다.
반면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의 강력한 수출통제로 인해 2025년까지 핵심부품 70% 자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다만 팹리스, 후공정(패키징), AI칩 설계 등에서는 글로벌 수준까지 경쟁력이 상승하였으며, 화웨이, 바이두,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이 자체 AI칩의 설계・활용을 확대하면서 중국식 AI 반도체 생태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해 가고 있다. 미국의 AI칩 수출통제는 역설적으로 중국이 단순 기술 추격을 넘어 자체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 한중 밸류체인 경쟁력 비교: 반도체를 제외한 전 분야 중국 우위
산업연구원이 2025년 9월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 및 FGI 결과를 종합한 한중 밸류체인 경쟁력 비교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를 제외한 로봇,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차 등 거의 모든 첨단제조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 대비 밸류체인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D, 조달(공급망), 생산, 서비스, 수요시장(국내・해외시장) 등 밸류체인 부문별 평가를 종합한 결과이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산업용(제조용) 로봇 산업에서는 R&D 역량(제품개발 및 설계 능력)에서 한국이 근소하게 앞서나, 조달・생산・해외시장 창출 등에서 모두 중국이 우위를 차지하면서 종합 경쟁력에서 중국이 우위를 보였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메모리 경쟁력을 기반으로 장비 조달, 판매・유지보수 서비스, 해외 수요 분야에서 한국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어 양국이 경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AI 반도체 또는 반도체 설계 플랫폼에서는 중국이 한국보다 압도적인 우위라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였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해외시장 창출 능력에서 한국이 우위에 있고 배터리 서비스(사후 유지보수 등) 분야에서도 한국이 다소 앞서 있으나, 소재・부품 조달, 완제품 생산능력, 국내 수요시장 측면에서 중국의 우위가 명확하다. 배터리 산업에서는 R&D와 장비 조달, 해외 수요에서 양국이 경합하나 소재・부품 조달과 국내 수요 격차로 인해 종합적으로는 중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는 가장 우려스러운 결과를 보였는데, 센서와 핵심 구성요소뿐만 아니라 방대한 시범운행 경험과 AI, 데이터, 소프트웨어 역량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이 분야에서 중국이 모든 밸류체인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 주요 업종의 대중국 SWOT 분석
한국 전기차 산업은 고성능 배터리(BMS)・구동모터・전력변환기・FCEV 등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나, 가격경쟁력・소재 공급망・AI 및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열위에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은 NCM 계열 배터리와 전고체 등 차세대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안전성을 갖고 있으며, 제조 장비와 공정 기술에서도 비교적 높은 경쟁력을 유지한다. 그러나 중국은 LFP 배터리 기반 원가 절감, 초고속 제품 개발 능력, 배터리・전기차 부품 내재화 등으로 가격・규모 경쟁력을 확보하며 한국을 빠르게 추격・추월 중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에서는 한국이 현재 기술력・데이터・AI 생태계・스타트업 구조 모두에서 중국 대비 뒤처지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과 정책 유인 속에 자율주행 기업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레벨4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이 레벨 2.X 수준의 기술에서는 앞서 있으나, 향후 시장 주도권은 자율주행 데이터・AI 소프트웨어・차량용 반도체를 모두 통합할 수 있는 중국에 넘어갈 우려가 크다.
배터리 산업에서도 한국은 삼원계(NCM) 배터리, 차세대 전고체・LMR 기술에서 우위를 보이나, 핵심광물 공급망과 소재・부품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크게 밀리고 있다. 미국・유럽의 탈중국화 정책은 기회 요인이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와 LFP 배터리 채택 확대로 인해 시장 점유율 유지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
한국 로봇산업은 협동로봇, 전문서비스 로봇, 제어기・엔드이펙터 분야에서 기술 기반 우위를 확보해 왔다. 고신뢰성・정밀제어・안전성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으며,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업 인프라를 활용한 산업용 로봇도 강점이다. 그러나 감속기・서보모터 등 핵심부품 국산화율이 낮고, 대규모 양산・가격경쟁력에서는 중국에 현저히 뒤처진다. 특히 휴머노이드와 개인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은 AI・센서・클라우드・빅데이터 인프라를 바탕으로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정부의 적극적 실증・시장개방 정책에 힘입어 빠른 상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 기술 우위 분야에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있으나,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중국의 가격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선점은 한국에 구조적 위협이다. 로봇 분야의 기회는 ICT・AI 융합 기반 고부가 로봇시장 확대, 정책 지원 확대, 산업용・휴머노이드 등 신성장 영역에서의 차별화 전략 등이 있으며, 위협 요인은 중국의 저가 대량공급, 핵심부품 공급망 취약성, 국내 로봇 플랫폼 부족 등으로 요약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초미세 공정(2~3nm)・HBM 기반 AI용 메모리・공정장비 일부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반도체는 여전히 메모리 편중 구조이며, 중소 팹리스 생태계, 디자인하우스・테스트 인프라, 파운드리 생태계 등이 취약하다. 중국은 내수 중심의 팹리스・후공정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해 왔고, 정부 주도 산업 육성・AI 반도체 고도화로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다. 한국의 기회는 AI・HPC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HBM과 시스템 반도체 융합 시장이며, 위협은 중국의 설계・패키징 강화 등이다.
» 중국의 제조경쟁력 강화와 우리 산업의 대응방안
전기차 산업은 전고체 배터리, 고속충전, BMS, 차량 경량화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와 더불어 레벨4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및 센서・통신 융합기술 개발이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특히 EV용 SiC 전력반도체와 차세대 소재 국산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완성차-배터리-반도체 간 공급망 통합과 배터리 재사용・재활용・ESS 연계 생태계 구축이 요구된다. 인재 측면에서는 차량용 반도체・배터리・AI 융합 역량을 갖춘 실무형 인재 양성과 산학 공동캠퍼스 모델 구축이 필요하며, 수요 측면에서는 공공・물류・버스 중심 EV 전환 정책과 PHEV・FCEV 등 다차종 전략, 자율주행 실증 확대를 통한 내수・수출 기반 확보가 중요하다.
로봇 산업은 감속기, 서보모터, 센서 등 핵심 부품 국산화가 시급하며, 제조・의료・물류・국방 분야에서 활용될 AI・SLAM・비전 기반 제어기술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제시된다. 산업생태계 측면에서는 로봇-센서-배터리-모빌리티가 연계되는 융합형 공급망 구축과 실증보조금 제도화, 규제샌드박스 활성화가 필요하다. 인력 부문에서는 ROS 기반 SW・메카트로닉스・AI 제어 분야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 로봇 아카데미’ 설립 및 대학-기업 연계형 고급 인력 공급 체계가 요구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제조, 의료, 돌봄, 물류 등 주요 현장 중심의 로봇 도입 확대, 서비스 로봇 렌탈・세제지원, 공공서비스 로봇 조달 확대가 요구된다.
반도체 산업은 3nm GAA, High-NA EUV, HBM 패키징 등 초격차 공정기술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며, AI・전력・차량용・국방용 시스템반도체 개발과 CMP・고κ 절연막・SiC 등 핵심 소재・장비 자립이 병행돼야 한다. 산업생태계 측면에서는 메모리-비메모리-패키징이 연계된 특화단지 구축과 팹리스-OSAT-소재・장비 간 연동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며, 설계 IP・EDA 공유 플랫폼 구축도 포함된다. 인재 측면에서는 AI칩・차량용 반도체・EUV 공정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고, 반도체 대학원・기업 실습 연계형 실무 교육체계가 요구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데이터센터・국방・자율주행・로봇 등 수요산업과의 연계 실증, 국산 AI 반도체의 공공 의무조달, 전략 제품 중심 수요창출 프로젝트가 핵심 과제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우리의 대중국 전략: ‘초격차’를 넘어 ‘전략적 활용’으로 전환
이상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 방향』의 분석은 한중 산업 경쟁구도가 구조적 변곡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한중 산업 경합성은 이제 첨단제조 분야로 전환되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규모, 속도, 정부지원 측면에서 한국이 직접적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하였다. 한중 간 산업분업구조는 수직적 분업구조에서 수평적 경쟁 관계로 전환되면서, 기존 우리가 중국을 생산기지・공급망 조달기지로 활용했던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배터리, 전기차 등은 이미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단순히 제3국 시장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더라도 중국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본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대중국 산업전략을 ‘초격차 전략’에서 ‘학습・축적 기반 전략(Learning-oriented Strategy)’으로 전환할 것을 제언한다. 중국을 더 이상 단순한 생산기지나 판매 시장으로 보지 않고, 대규모 실증과 빠른 확산이 가능한 ‘학습 환경’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로봇, 자율주행, 배터리, AI 기반 제조 등의 첨단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기술이전이나 종속적 협력이 아닌 기능・단계에 따라 분리된 전략적 협력 차원에서 설계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대중국 투자 동기가 비용(Cost)이나 시장(Market)이었다면, 이제는 학습(Learning)과 역량 축적(Capability Accumulation) 동기로 전환하여 기술과 제품, 공정, 알고리즘을 빠르게 검증하고 반복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기술 주권 확보와 첨단제조 생태계 구축을 위한 독자적 ‘K-제조 모델’ 마련이 긴요하다. 초격차 기술 확보와 한국만이 만들 수 있는 깊이(Deep-Ecosystem)의 결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M・AX(Manufacturing AI X-formation)’ 전략을 통해 ‘소재-부품-완성품’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에서 AI 시대 ‘K-제조’만의 특화된 전략기술을 발굴하고, 신뢰 기반의 글로벌 공급망을 선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수요시장 창출을 통한 첨단산업 제조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합성 등을 고려하여 특화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및 제품개발도 시급한 과제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산업정책은 중국과의 경쟁을 회피하기보다, 상호의존 속에서 차별화된 경쟁력과 전략적 활용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중국을 단순한 경쟁자로만 인식하고 추격과 추월을 논하기보다는 제조강국으로 인정하고, 업종별 밸류체인을 분석해 우리의 기술우위를 찾고 중국 수요를 발굴해 협력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초격차 전략을 넘어 중국이 선점하려는 미래 생태계에서 우리의 자리를 확보하려는 전략과 이 과정에서 중국의 첨단산업 및 기술 생태계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 긴요하다. 중국의 기술・생산기반・데이터와 우리의 아이디어를 접목한 새로운 협력 모델 발굴이 향후 한중 산업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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